영찬탄가 (永燦歎歌) - 오랜 찬란함과 탄식을 노래하다

정성(正晟) 원년의 초여름에는 유독 햇빛이 눈부셨다. 길을 따라 심어놓은 치자나무의 꽃송이가 햇빛에 더욱 하얗게 빛나고 있었으며 상쾌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 향기가 달콤하였으니, 영화성(榮華城)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편안하였다. 영화성에는 끝없는 증오와 암투(暗鬪)가 있었으며 오랫동안 흉사(凶事)가 이어졌으나, 이날은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

평강전(平康殿)의 호화로운 침상에 누워서 죽어가던 정세제(諪勢帝)의 용안(龍顔)에는 이미 아무런 핏기가 없었다. 정세제는 통증이 올라오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침상 앞에 공손히 몸을 굽힌 현장왕(賢長王)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정귀비(貞貴妃)가 평강전(平康殿)을 떠난 뒤, 내실(內室)을 살피러 들어온 장용(長用) 권수(眷手)는 정신을 잃어버린 정세제(諪勢帝)를 발견하였다. 서둘러 달려온 화국대사의(華國大師醫)와 화국부사의(華國副師醫)가 황제를 살피었으나, 정세제는 의식을 잃은 채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두 의관(醫官)은 정세제의 발작이 간신히 멎은 뒤에서야 평강전에서 물러갈 수...

정세제(諪勢帝)는 평강전(平康殿)의 호화로운 침상에 누운 채 겨우 숨만 붙어있었고, 여전히 의식이 돌아올 때마다 극심한 흉통(胸痛)에 다시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억지로 의식을 붙잡아두어도 정세제가 기운을 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화국대사의(華國大師醫)는 계속 탕약을 올려서 죽어가는 황제가 계속 잠이 들어있도록 하였다. 비록 날마...

길마다 드리워진 푸르고 짙은 나무 그늘 속에서 매미가 울었다. 분명 한여름이라 햇빛은 눈부시고 날카로웠으나, 황제가 평강전(平康殿)의 호화로운 침상에 누워서 점점 죽어가고 있었으므로 영화성(榮華城)은 적막하고 활기가 없었다. 비빈(妃嬪)들의 가볍고 얇은 겉옷(袍)과 손에 쥔 비단 부채의 색은 선명하고 화려하였으나, 그들은 편안하게 웃을 수가 없었으므로 한낮...

어느새 정세 이 년의 봄이 지나가고 여름으로 접어들었으나, 정세제(諪勢帝)는 여전히 자리에 누워있었다. 날마다 정귀비(貞貴妃)가 정세제를 정성껏 간호하였으며 화국대사의(華國大師醫)가 탕약을 올렸으나, 정세제는 이제 운신(運身)조차 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정세제는 평강전(平康殿)의 호화로운 침상에 누운 채 눈물을 흘리며 더...

장용(長用) 권수(眷手)는 내실(內室)을 살피러 들어왔다가 호화로운 침상 아래에 쓰러진 정세제(諪勢帝)를 발견하였다. 권수가 다급히 부용(副用)들을 부르고 소식을 알리니, 화국대사의(華國大師醫)가 서둘러 평강전(平康殿)으로 달려와 정신을 잃은 정세제를 진찰하고 옥체(玉體)에 침(針)을 놓았다.

정세제(諪勢帝)는 여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한 채로 평강전(平康殿)의 호화로운 침상에 누워있었다. 정세제가 잠시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눈을 뜨면, 어느새 평강전으로 찾아온 정귀비(貞貴妃)가 정세제를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희고 부드러운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시어 정세제의 창백하고 여윈 얼굴과 손을 정성껏 닦고, 정세제를 일으켜 수라(水剌)를 들도록 하는 정귀...

덕선황후(德善皇后)가 약재(藥材)를 달인 물에 독(毒)을 섞어 정귀비(貞貴妃)와 정왕(正王)을 해하려 든 혐의로 안강궁(安康宮)에 금족(禁足)되고, 정세제(諪勢帝)는 다시 몸져눕게 되었으므로 영화성(榮華城)의 사람들은 끝없이 벌어지는 흉사(凶事)에 깊은 근심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비록 안강궁의 사람들은 그들의 주인과 마찬가지로 운신(運身)이 자유롭지...

정세제(諪勢帝)가 휘청거리며 정선궁(貞善宮)에 도착하였을 때, 화국대사의(華國大師醫)는 작은 숟가락으로 탕약을 떠서 정귀비(貞貴妃)의 입안에 천천히 흘려 넣고 있었다. 검사를 마친 무쇠 주전자와 접시를 상 위에 정돈한 상수의(上秀醫)가 창백한 얼굴로 몸을 굽혀서 예를 올리고 물러가자, 정귀비에게 탕약을 모두 흘려 넣은 화국대사의가 내실(內室)로 들어온 정세...

정월(正月)이라 여전히 날씨가 추웠으나 비빈(妃嬪)들은 날이 밝자마자 안강궁(安康宮)에 모여서 덕선황후(德善皇后)에게 아침 문안 인사를 올려야 했다. 덕선황후가 자리에 앉아 비빈들을 기다릴 때, 정귀비(貞貴妃)가 제일 먼저 영각(迎閣)으로 찾아와 예를 올렸다. 덕선황후는 단(壇) 아래에 공손히 몸을 굽히고 있는 정귀비를 내려다보다 간밤에 정세제(諪勢帝)가 ...

자신의 부왕(父王)과 모후(母后)를 따라 부(府)로 돌아온 마서진 영강 (馬誓進 詠康) 은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고 동생들에게 갔다. 진의황태후(珍誼皇太后)가 자신의 손주들을 위하여 비단으로 만든 인형들과 서책(書冊)들을 내렸으므로, 영강(詠康)은 영녕(詠寧)과 영안(詠安)과 영온(詠穩)에게 인형들을 나누어준 뒤에 그 곁에 앉아 <화목화가(和穆和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