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공왕후(宜仁功王后)의 장례가 끝난 뒤에, 성호제(惺顥帝)는 중추절(中秋節)의 연회(宴會)에서 일을 하였던 환관(宦官)들과 내관(內官)들을 모조리 검문옥(檢問獄)으로 보내어 아주 혹독하게 문초(問招)하였다. 그로부터 이레가 더 지났을 때 성호제가 경군(慶君)에게 흉사(凶事)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으므로, 경군은 황명(皇命)에 따라 치국전(治國殿) 정...
마치 석상(石像)으로 변한 것처럼 옥체(玉體)가 굳어있던 성호제(惺顥帝)는 황급히 명을 내리어 의인왕후(宜仁王后)와 의인왕후의 근처에 있던 물품들을 태평각(太平閣) 한쪽에 자리한 별실(別室)로 옮기고, 장용(長用) 수성(守省)을 의관재(醫官在)로 보내어 화국대사의(華國大師醫)와 화국부사의(華國副師醫)를 태평각으로 불렀다. 때마침 소은장제희(昭誾長帝姬)가 부...
각충국공(恪忠國公)은 제 성정(性情)에 따라 자신이 훼손한 물품들을 배상하지 않았으므로, 예품처(禮品處)의 신정령(愼正令)은 조용히 예경처(禮敬處)로 찾아가 경군(慶君)을 향하여 몸을 굽히고 물품의 파손 상황을 모두 고하였다. 이에 경군은 위황귀비(褘皇貴妃)의 가혹함으로 인하여 순귀빈(純貴嬪)이 병상(病床)에 누운 일을 떠올렸고, 각충국공과 정충국공(靖忠國...
현강성왕(賢康聖王)의 훙서(薨逝) 이후로, 성호제(惺顥帝)는 재무처(財務處)의 신정령(愼正令)을 평강전(平康殿)으로 불러서 친히 예산안(豫算案)을 확인하였으며 종종 그 자리에 경군(慶君)을 불렀다. 이처럼 성호제가 경군에게 나랏일을 다스리는 광경을 보여주므로, 영화성(榮華城)의 사람들은 점점 경군을 주목하게 되었다. 게다가 성호제가 순귀빈(純貴嬪) 청옥탁(...
성호 십구 년의 삼진일(三辰日)에, 현의공황후(賢懿恭皇后) 희원선월(熙瑗瑄月)씨 소생(所生)의 삼황자(三皇子) 경군 희원선월 진무 (慶君 熙瑗瑄月 臻珷) 는 성지(聖旨)를 받들어 소은장제희(昭誾長帝姬) 유록영(柳綠永)의 둘째 여식(女息)인 온장희주 유록영 진림 (穩長姬主 柳綠永 臻琳) 과 가례(嘉禮)를 올리었다. 두 사람이 상서로운 문양이 가득 수놓아진 붉...
이튿날, 배저(配姐) 유록영(柳綠永)씨는 이른 아침부터 황실법(皇室法)을 자세하게 배우고 해가 저물 즈음에야 숨을 돌리었다. 이른 봄의 노을이 영화성(榮華城)의 황금빛 지붕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때, 유록영씨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처럼 한참이나 넋을 잃고 있던 배저 유록영씨가 희미한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예경처(禮敬處)의...
성지(聖旨)를 받들어 경군 희원선월 진무 (慶君 熙瑗瑄月 臻珷) 와 가례(嘉禮)를 올리게 된 온장희주 유록영 진림 (穩長姬主 柳綠永 臻琳) 은 영화성(榮華城)에 발을 들이기 전에 현강성왕부(賢康聖王府)로 향하였다. 어느새 겨울의 끝자락이라 햇빛에는 아주 희미한 온기가 있었으나, 일찍이 주인을 잃어버린 부(府)에는 그림자와 같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비록 시관...
성호 십구 년의 정월대보름(元宵節)이 밝아오자, 어두운 하늘에서 새하얗게 흩날리던 눈이 그쳤다. 맑고 싸늘한 햇빛이 가느다란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들 즈음에 모든 길이 말끔하게 정돈되었으니, 성호제(惺顥帝)는 비통함에 젖은 채로 흰옷을 걸치고 평강전(平康殿)을 나섰다. 얼어붙은 나뭇가지가 스산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으나, 십이인교(十二人轎)에 오른 성호...
성호제(惺顥帝)가 각충국공(恪忠國公)에게 내렸던 금족령(禁足令)을 물린 때는 성호 십팔 년의 섣달(十二月) 초엿새(六日)였다. 그날은 만수절(萬壽節)이 지나간 뒤였으므로, 각충국공은 몸이 자유로워진 것을 기뻐하는 중에도 부황(父皇)의 탄신일(誕辰日)을 지키지 못한 것에 낙담(落膽)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치국전(治國殿)에서 마주한 용안(龍顔)은 여전히 냉랭...
현강왕(賢康王)의 유골(遺骨)을 담은 함(函)이 영화성(榮華城)에 도착한 것은 성호 십팔 년의 늦가을이었다.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황금빛 지붕들이 싸늘하게 빛나기 시작하였으나, 상서로움을 위하여 붉게 칠한 성문(城門)은 황명(皇命)에 따라 굳게 잠기었다. 마침내 조종(弔鐘)이 울리고 영화성의 사람들이 모두 흰옷으로 갈아입었을 때, 서리가 내려앉은 ...
성호 십팔 년의 중오절(重五節) 아침에, 성호제(惺顥帝)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중오제(重五祭)를 올리기 위하여 건평각(乾平閣)에 발을 들였다. 건평각 한가운데에 자리한 예각(禮閣)에는 황금빛 제단(祭壇)이 놓인 높은 단(壇)이 있었으니, 성호제는 그 아래의 단에 서서 자신에게 예를 올리는 이들을 찬찬히 굽어보았다. 찬란한 제단 위에는 다섯 마리의 용이 정...
성호 십칠 년의 팔월(八月) 초닷새(五日)에, 위황귀비(褘皇貴妃) 자원기월(紫瑗琦月)씨 소생(所生)의 이황자(二皇子) 각보국공 자원기월 진전 (恪保國公 紫瑗琦月 臻琠) 은 성지(聖旨)를 받들어 화경재상(華京宰相) 자원기월씨의 셋째 여식(女息)인 희원선월 이환 (熙瑗瑄月 珥環) 를 적배(嫡配)로 맞이하였다. 가례(嘉禮)가 무탈히 지나가고 두 사람이 부(府)로...
조금씩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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