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十二月) 초닷새(五日)는 성호제(惺顥帝)의 탄신일(誕辰日)이었다. 한겨울이 찾아온 자리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려앉았고 황금빛으로 빛나던 지붕들은 새하얗게 얼어붙었으나, 영화성(榮華城)의 사람들은 그 경사스러운 만수절(萬壽節)을 위하여 몇 날 며칠이나 고생하여 모든 곳을 구석구석 쓸어내리고 깨끗하게 정돈하였다. 그들이 경충국공(慶忠國公)의 안배(按排)에...
연귀비(娟貴妃)가 한 조각의 안타까움으로 위황귀비(褘皇貴妃)를 위하여 몇 마디를 올렸으나, 위황귀비는 그 이후로도 속을 끓이며 몇 번이나 자리에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하였다. 이에 성호제(惺顥帝)는 위황귀비가 자리에 누웠을 때에는 연귀비가 동서(東西) 육궁(六宮)을 살피도록 안배(按排)하였으므로, 각보국공(恪保國公)은 자신의 모비(母妃)와 처지를 두고 근심하...
현왕(賢王)의 가례(嘉禮)는 지나갔으나, 곧 희녕제희(嬉寧帝姬)의 가례가 열릴 것이었으로 경충국공(慶忠國公)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처럼 경충국공이 제 누님의 혼사(婚事)를 마저 살피는 동안에, 허공에는 날마다 선선함이 감돌고 하늘은 점점 짙푸르게 물들었다. 영화성(榮華城)의 황금빛 지붕이 날카로운 햇빛 아래에서 아주 찬란하게 빛나고 있으니, 마침내 ...
성호 십오 년의 중추절(中秋節)에, 현의공황후(賢懿恭皇后) 희원선월(熙瑗瑄月)씨 소생(所生)의 대황자(大皇子) 현왕 희원선월 진규 (賢君 熙瑗瑄月 臻珪) 는 성지(聖旨)를 받들어 소은장제희(昭誾長帝姬) 유록영(柳綠永)씨의 첫째 여식(女息)인 의장희주 유록영 진영 (宜長姬主 柳綠永 臻瓔) 을 적배(嫡配)로 맞이하였다. 두 사람이 상서로운 문양이 가득 수놓아진...
영화성(榮華城)의 사람들이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곳에 머무르거나 그늘을 찾아다니는 동안에, 경보국공(慶保國公)은 현왕(賢王)과 희녕제희(嬉寧帝姬)의 가례(嘉禮)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들을 계속 확인하였다. 다가올 중추절(中秋節)에는 현왕이 가례를 올릴 것이었으니, 경보국공은 제 형님의 혼사(婚事)에 허술함을 남기지 않으려 애를 썼다. 경보국공의 안배...
이튿날, 성호제(惺顥帝)는 경보국공(慶保國公)을 평강전(平康殿)으로 부르고 현왕(賢王)과 희녕제희(嬉寧帝姬)의 가례(嘉禮)를 준비하라 명하였다. 화국(華國)의 대황자(大皇子)와 대황녀(大皇女)인 현왕과 희녕제희가 가례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경보국공은 지극히 공손하게 몸을 굽히어 황명(皇命)을 받들었다. 그러나 황제가 중추절(中秋節)과 중양절(...
성호 십오 년의 봄이 깊어가는 동안에, 신조국공(愼助國公)은 수신전(修身殿)과 신행헌(愼行軒)을 오갈 뿐 다른 곳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다. 이에 경보국공(慶保國公)은 신조국공 또한 성호제(惺顥帝)에게 험악한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짐작하였다. 다만 현왕(賢王)이 조용히 사람을 보내어 신조국공을 살피었으므로, 경보국공은 현령헌(賢令軒)과 신행헌을 오가는 인편(人...
현왕(賢王)이 황명(皇命)을 받들어 재무처(財務處)의 일을 아주 세심하게 살피었으므로, 성호제(惺顥帝)는 현왕이 나라의 재정(財政)을 빈틈없이 관리하고 흠 없는 예산안(豫算案)을 올릴 때마다 크게 만족하였다. 또한 현왕이 자신의 동복아우를 돌보는 것에 정성을 쏟았으니, 성호제는 현왕의 눈앞이나 공개된 자리에서는 경호국공(慶護國公)을 크게 깎아내리거나 모욕하...
연귀비(娟貴妃)의 전언(傳言)대로, 성호제(惺顥帝)는 성호 십이 년의 삼진일(三辰日)에 자신의 적장자(嫡長子)인 현군 희원선월 진규 (賢君 熙瑗瑄月 臻珪) 를 현왕(現王)으로 세웠다. 그리고 현왕의 동복아우인 경조국공 희원선월 진무 (慶助國公 熙瑗瑄月 臻珷) 의 작위(爵位)를 높이어 경호국공(慶護國公)으로 봉하였다. 이에 황제가 아우를 냉대(冷待)하는 것을...
현의공황후(賢懿恭皇后) 희원선월(熙瑗瑄月)씨의 기일이 지나간 이후로, 성호제(惺顥帝)는 다시 정무(政務)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황제의 명을 따라 황후에게 예를 올렸던 비빈(妃嬪)들과 황손(皇孫)들 중 몇몇은 오랫동안 추위에 떨었던 탓에 풍한(風寒)을 앓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위황귀비(褘皇貴妃) 소생(所生)의 이황자(二皇子) 각호국공 자원기월 진전 (恪護...
현의공황후(賢懿恭皇后) 희원선월(熙瑗瑄月)씨는 성호제(惺顥帝)가 선제(先帝)의 명을 따라 맞이한 적배(嫡配)였으며, 평생 성호제의 지극한 총애(寵愛)를 받아 일찍이 적장자(嫡長子)를 생산하였다. 그리고 성호제가 용상(龍上)에 올라 위진제관길(瑋辰齊瓘吉)씨를 이어받았을 때 화국(華國)의 정궁(正宮)이 되었다. 그러나 현의공황후는 성호 원년(元年)의 정월대보름...
어두운 하늘에서 새하얗게 흩날리던 눈이 그치자 날이 밝았다. 맑고 싸늘한 햇빛이 가느다란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들 즈음에는 모든 길이 말끔하게 정돈되었으므로, 궁중(宮中)의 사람들은 각자 맡은 일을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관신(官臣)들은 치국전(治國殿)으로 찾아가 황제(皇帝)를 알현(謁見)하는 것이 마땅하였다. 그러나 해가 높이 뜬 뒤에도 영화성(榮華城)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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